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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콜레트>를 보고 왔다. 

예상치 못했던 캐릭터 덕분에 이를 악 물긴 했지만 그래도 누구에게든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. 

시대가 1900년대 초라서 볼 거리가 풍성했고, 진행도 지루하지 않았고, 카메라는 캐릭터들의 

표정을 너무도 잘 잡아주었으며, 대사들은 메모장을 켜고 싶을 정도로 주옥 같았다. 

번역도 내 기준에선 불편한 것이 없었다. 가장 불편한 것이 있었다면, 

같이 관람했던 다른 관객들의 호모포비아적 반응이었던 것 같다. 



극 중, 콜레트의 어머니가 콜레트에게 "어느 누구도 너의 본연을 해칠 수는 없다. 

누가 그런다면 너가 더 강인해져야 한다"는 말을 해주는데 나한테 이렇게 말해주는 

사람들이 생각났고 고마웠다. 나에게 콜레트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들이 곁에 있음에 감사했다. 

이어, 본연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. 어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고유한 

나 자신(=본연)이 위협받는 상황은 잘못됐다. 

극 중에서도 결국 콜레트는 콜레트의 본연을 위협하던 대상과 손절한다.





미시에 대해 콜레트가 설명하는 중에 '상냥하지만 단호'하고 

'조용하지만 용감'하다는 수식어구가 나왔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계속 기억했다. 

이 이상으로 완벽하게 내 이상형을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. 

여태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설명하려면 항상 장황해지곤 했었는데 

형용사 4개면 끝난다. 이 네 단어의 조합을 알아버린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가 충분했다.



미시가 "목줄을 느슨하게 맸다고 해서 안 맨 것은 아니잖아" 라고 말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. 

느슨하게 맨 거니까 그럭저럭 참을만 해. 남들은 꽉 맨 목줄도 매고 있는데 

나는 이 정도면 자유로운 편이야. 괜찮아. 하고 여기고 있진 않았나. 돌아보는 시간이었다. 

나는 지금 '어쩌면 이미 목줄에 묶인, 나 자신'을 첫 번째로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. 





본 영화에 쿠키는 없다. 감상하시는데 참고들 하시길!